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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공유

김장 품앗이, 김장 하기

by 딸기가 조아~^^ 2023.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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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일 년 동안 먹을 김치를 담그러 시골 시댁으로 토요일 오전 일찍 온 가족이 출발했어요.

결혼하기 전에 설거지 말고는 할 줄 몰랐던 내가 결혼한 그해에 처음으로 김장이란 걸 하러

시댁에 갔었죠. 시골 마당에 쌓여 있는 배추들을 보고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었던 게 기억

나네요. 500포기... 정말 김치 공장인 줄 알았어요. 아들네, 딸네들의 일 년 김장을 해야 되니

몇백 포기는 담가야 하는 거죠. 예전에는 집집마다 일 년 양식으로 김장을 많이들 담아서 마을

사람들이 서로 김장 품앗이를 했다고 해요.

코로나19 이전의 김장하는 날

 

우리 시댁에서도 김장을 하면 어르신들이 김장 품앗이를 해주신다고 아침 7시부터 오셔서

도와주셨어요. 추운 겨울에 빨간 고무장갑 들고 들어오시는 어르신들께 따뜻한 유자차

한 잔 먼저 드리고 안부 인사를 드리고 서로 이런저런 아기들로 북적북적 힘든 김장하는

날이 잔칫날처럼 돼지고기 수육, 굴전, 배추전, 동태탕을 끓여 점심 대접을 해드리고 감사

인사를 드리고 했었어요. 하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서로 만나는 게 오히려 민폐가 되고

각자 김장을 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마을 일에 함께 하셨던 어르신들이 연로하셔서 인제는 김장 품앗이라는 말도 추억의

말이 되는 거 같네요. 마을 어르신들이 마음은 더 즐겁게, 몸은 덜 아프시길 기원해 봅니다.

우리 신랑은 시댁 6남매 중 5번째로 아들 중 막내에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산이고

들이고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일을 배우게 되었다고 해요.

삼 형제 중에 유일하게 경운기를 몰 줄 알아서 방학 때마다 시골로 내려가서 농사일을 많이

거들고 하는 부지런한 아들이었다고 해요. 토요일에 일찍 시골로 가면 신랑이 배추 잘라서

소금물에 담그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뒤집고 하면서 배추 준비를 다해요.

사실 남자가 도와주지 않으면 힘들어서 못하겠더라고요. 효자인 울 신랑은 어머니께서

무리하게 혼자서 하실까 싶어서 신신당부하고 일찍 내려가는 거예요.

저는 배, 마늘, 양파를 깨끗이 손질하고 갈아서 양념 준비를 하고, 양념에 넣을 육수를

미리 끓여 놓는 거예요. 나머지 중요한 젓갈 내리는 거 등의 일은 어머니께서 준비하시고요.

밤에 배추를 씻어 비닐을 깐 평상 위에 차곡차곡 배추를 쌓아 물기를 빼놓아요.

다음날 아침 양념으로 치대서 김치통에 이쁘게 담으면 되는 거죠.

인제는 다들 따로 김장을 해서 어머니와 우리 가족이 먹을 만큼만 김장을 하고 있어서

우리 가족들이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즐겁게 김장을 담았어요.

우리 아이들도 인제 좀 컸다고 힘 쓰는 일, 양념 치대는 일, 김장 통 닦기 등 각자

한 사람의 몫을 다해 줬어요.

덕분에 일이 한결 수월해져서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김장을 담고, 따끈한 돼지고기 수육을 김장 김치에 싸서 맛나게 먹고, 고구마도

구워 김치 올려 먹고 배가 불러 스르르 몸이 내려가는 거예요.

올 김장도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잘 마무리했어요. 김치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 두니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좋네요. 김치야, 맛있게 잘 익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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